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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알쓸신골

신들린 사나이

산풍경 2024. 11. 12. 11:55

골프를 어떤 이들은 인생에 비유한다.
그 18홀에 우리네 인생이 들어있다나 뭐라나.
매 홀마다 그 상황에 맞는 샷을 해야 하고, 그게 항상 내가 바라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네 인생이 내 맘대로 안 되는 것처럼.

오늘은 세 번째 골프를 치는 날이다.
아침식사를 하기 위에서 SN Plus Hotel에 다시 모였다.
2번의 시행착오로 나름 다들 파타야에서는 어떻게 골프를 쳐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한 흔적들이 보인다.
특히 쎄비는 어제 그제 이틀 동안의 과한 공력의 운용으로 적지 않은 내상을 입었으나, 
어젯밤에 운기조식을 확실히 했는지 컨디션이 엄청 좋아 보인다.


하지만 깍꿍 캅의 주인공 지노는 아직도 공력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그치만 나름대로의 활기단을 복용하고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다.
 
이제 아침밥 먹으러 고고씽~~
물론 우리에게는 2km 이하는 무조건 도보 행군이다.
우리 대장 혀니가 우리의 약한 모습을 용납하지 않는다.
걸어가는 뒤쪽에서 지니와 쎄비가 약간의 불만을 토로하였으나,  혀니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무조건 직진이다.
역쉬 직진 혀니...


여기는 로컬 식당인데 우리 입맛에 딱 맞고, 가격도 참으로 혜자롭다고 혀니가 말한다.
주인아주머니랑은 아는 체를 한다.
작년에 파타야에 왔을 때, 이 집에서만 두, 세 번 밥을 먹었는 데 좋았다고 우리를 데려온 것이다.

메뉴가 벽에 사진으로 붙어 있어 음식시키기 좋다


음식을 골고루 주문하고 잠깐의 정적이 있었는데..
쎄비가 정적을 깨고, 
"해장 맥주 한잔 해야죠?" 한다.
이 아침에? 
우리의 의사 같은 것은 무의미하다.
맥주잔을 다섯 개 가져와서 콸~콸~콸~ 골고루 맥주를 따르고 오늘의 피 튀기는 전쟁을 위해 건배.

맘씨좋으신 주인 아주머니


왜 전쟁이냐고?
우리는 5인 플레이로 다섯 명이 함께 골프를 친다.
한국에서는 절대 안 되는 골프다.
좋은 골프장이나 혹은 기름종이들이 치면 되긴 되는데 비용이 상당히 발생한다.
암튼 5명이서 절대로 그냥 맹숭맹숭하게 골프를 치진 않는다.
소위 말하는 천 원짜리 내기 골프를 치는 것이다.
타당 천 원짜리 골프지만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라 매 샷 매 샷이 나의 자존심과 명예가 걸린 진검승부인 것이다.
오키..두둥...드디어 출전이다.
장소는 파타야와 방콕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로얄 레이크 사이드 골프 클럽.
 


이제 피 튀기는 승부가 시작되는 첫 홀  파 5. 
Let's 가자잉~~


지노를 빼놓고 나름대로 무난하게 출발을 한다.
두 홀이 지나고 파3 홀.
전장이 약 165미터 정도였다.
원 온 된 친구가 한 명. 지니였다. 그것도 2미터 안쪽으로.
그린에 가까이 가보니 거의 라이가 없다.   
그런 거는 절대 안 놓치는 지니...가볍게 버디~~
지니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기념촬영때부터 후광이 번쩍~


네 번째 홀 파 4.
나름 볼이 잘 나왔다. 
150미터 정도 남은 상황.
뒤를 쳐다보니 이 친구들이 샷을 하고 있다.
지니는 170미터 정도 남았는데 유틸을 잡았나 보다.
굿~샷, 그냥 한 말이었는데  어라..이게 핀을 향해서 그대로 날아간다.
설마....설마...
나도 샷을 하고 가까이 가보니 요것도 2미터 안쪽으로 붙었다.
약간 내리막 라이..
우리 모두 공이 홀로 안 들어가기를 기도 했지만,
이 지니 독사는 침착하게 퍼팅....버디...
오메 두 홀 연속 버디를 맞았더니 내상이 심하다.
각혈을 해대는 친구도 있다.
 
다섯 번째 홀 파 4.
이제는 놈이 세컨샷을 자동으로 쳐다보게 된다.
이번에는 실수하겠지..
아니나 다를까...샷이 흔들렸다.
쉽게 이야기해서 공의 대가리를 깠다.
이 공은 홀 근처의 아가리를 틀고 있는 벙커 쪽으로 향한다..
'오키..넌 이번엔 벙커야'
그러고 있는데 공이 벙커 턱을 맞더니 갑자기 좌회진을 하면서 속도가 죽는다.
그러면서 그린의 중앙 쪽에서 내리막을 타고 앞쪽 핀 쪽으로 스물 스물 기어 내려온다...
이거 뭐지...?
저 놈이 혹시 스크린 사장이어서 손에 조작 리모컨을 들고 있나?
그래서 샷 할 때마다 리모컨으로 클릭..클릭 조작하는 게 아닐까?
여기는 해외라 골프존 영향권이 아닌데?
왠지 모를 말도 안 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된다.
여기서도 또 버디....
3 연속 버디를 맞고 4명의 검객들은 피 투성이에 전의를 상실하였다.
지니 본인도 이 사실이 믿기지 않은 다는 표정이다.
이게 무슨 스크린 골프도 아니고 3 연속 버디를 하냐고~~~~오.
 

그린 근처에서 다들 나름대로 어떤 초식을 구사할지 엄청 짱구를 굴리는 모습이지만 저 뒤에서 지니는 거리측정기라는 특유의 장비로 느긋하게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골프장 경치는 이국적이다.



우리 4인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운기조식을 하고,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을 한다.
공력단도 먹고, 독한 곡주(태국 맥주 Chang)를 마시면서 흐트러진 우리의 샷을 점검하고, 
나름 별별 짓을 다 한다.
그럴수록 놈의 샷은 빛을 더 발한다.
사람인지라 몇 번의 샷 미스가 있었으나, 이게 말이 안 되게 다 파, 아니면 보기로 커버가 된다.
예를 들어 파 4에서 공이 휘어져저 해저드에 볼이 빠졌어. 
그래서 그 근처에서 세 번째 샷을 하면, 기가 막히게 그 골프공이 그린 핀 근처 3미터 이내에 붙는다.
그리고는 보통 때는 그 정도의 거리면 볼이 홀에 잘 안 들어가는데 홀에 빨리듯이 들어가네?
누구는 투온 해서 버디 try~ 근데 좀 스트로크가 쎄서, 홀 오버...
그래서 다시 파 try...그치만 그것도 홀이 외면하여..보기,.
 

장비는 참 좋은데~~~공이 흑흑흑~~


어젯밤에 우리가 잠을 잘 때 놈은 기연을 얻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럴 수가 없다.
지금까지 지니와 골프를 십수 년을 쳐 왔는데...
처음 보는 장면이다. 
저렇게 침착할 수가 없다.
원래 저 친구는 음주골프가 정상인데, 맥주 한 모금도 안 한다.
이게 완전히 다른 사람인 거다.
 
이제 거의 마지막 홀에 다가온다.
그래 언능 끝내고 저녁이나 맛나게 먹자.
17번 홀 파 4.
다들 엇비슷하다. 
온 그린을 하거나 어프로치가 남은 상황이다.
나는 3 온을 시켜놓고, 약 7미터 정도 남은 상황이다. 
붙여서 보기가 목표다.
지니는 약 17미터 내리막 상황
거의 독도 온~
퍼터로 공을 치니...공이 빠르게 홀 쪽으로 내려간다. 
그렇지, 요건 최소 3 퍼트 감이다.
오메, 이게 뭐죠?
홀에 꽂아 놓은 깃대를 맞고 Hole in~~ Buddy.
 

공이 때굴때굴 굴러간다~~ 홀을 찾아서.


남은 네 명을 그 곳에서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더 이상 회복할 수 치명적인 마지막 한 수에 모두가  무릎을 꿇었다.
 
오늘은 골프신이 그에게 강림한 날이었다.
신들린 그를 이길 수 있는 자는 없다.
하물며 타이거 우즈가 와도 그에게 혀를 내두르며, 이렇게 말할 거다.
"따꺼...You Win."
 
 


 오늘의 MVP의 당당하고 멋진 모습.
특별히 독사진 한 장 더 올립니당~
딸랑 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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