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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알쓸신골

I'm so sorry, Caddy.

산풍경 2024. 11. 5. 17:45

오늘 새로운 골프카페 고타이에서의 첫 라운딩이다.
장소는 여기.

일단 평점이 좋다.
약 1시간 20분 가량을 달려가서 도착한 골프장은 좀 낡았다.

클럽하우스는 이렇게 허름하다.
근데 페어웨이와 그린은 예상 밖이다.
조경도 너무 이쁘다.

이제 11월이 들어서니 선선한 바람이 가끔 얼굴을 스친다.
몇일전과는 사뭇 다르다.

약간 덥긴하지만 하늘도 맑고 골프장이 넓어서 가슴이 확 트인다.

첫홀 전경.
오늘 느낌이 좋다.
근듸 동반자들이 영~~ 아닌듯.
40대후반에서 50대초반의 일행 셋인데 자기들끼리 떠들고 킥킥대느라 나는 없는 사람 취급한다.
이곳 파타야에서의 골프는 여러명이 같이 라운딩을 같이 하긴 하지만 철저히 상대방에 대해서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서로의 이름도 모르고, 서로 사는 곳이 어딘지, 어떠한 정보도 없다.
그러니 그늘집에서도 철저하게 자기것만 사서 따로따로 앉아 먹는다.
처음에는 너무 놀랬다.
심지어 같이 12인승 밴을 타고 가도 전혀 말이 없다.
일부는 어제의 술독을 해독하려고 잠을 자고, 일부는 유튜브보기도 한다.
바로 이 시간이 나에겐 티스토리에 글을 올리는 시간이다.

아무튼 오늘도 나는 여지없이 캐디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오늘의 캐디의 이름은 자아~~
너무 뚱뚱해서 캐디복 사이로 살들이~~
캐디복이 너무 작은건가?
선한 인상의 초긍정 캐디다.

어디를 찍어도 이쁜 골프장이다.

여긴 한번 더 오고 싶은 곳이다.
가격대비 가성비가 좋다.
페어웨이와 러프가 우리나라 스타일이라서 러프에 볼이 떨어져도 클럽이 잘 빠져 나온다.

내 캐디 자아~~
후반 par4에서 내샷이 오른쪽으로 휘어져서 해저드 근처 러프에 빠졌다.
거리측정기로 보니 핀까지 125미터. 앞핀.
그럼 러프상황을 고려하여 9번 아이언이면 안전하게 par on이 가능할 듯 하다
앞팀은 서양인 네명~~
잠시 기다리다가 샷을 날렸다.
오메~~ 근데 앞팀 누가 내볼에 맞았나보다.
난 캐디가 치라고해서 친건데~
서둘러 가까이 다가가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고 그린플레이를 했다. 보기~~.
그리고 다음 홀로 고고~~
옆의 캐디를 보는데 어? 뭐지?
캐디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왜 그래?"
태국어로 뭐라고 하는데 못알아듣겠다.
그녀의 바디 랭귀지로는 앞홀 캐디의 어깨쪽에 내 볼을 맞았다는 것 같았다.
다른 캐디들이 와서 마구 위로를 하는데도 계속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아~~ 어떻하지?
" 앞 캐디언니의 어깨쪽에 볼을 맞았는데 제가 30일동안 정직을 당해요"
그녀의 파파고로 나에게 보여준 내용이었다.

나의 캐디 자아~~

엄청 미안했다.
한달동안의 정직이면 일을 못한다는 건데 마음이 무겁다.
몸과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착찹하다.
근데 신기하게도 볼이 잘 맞는다.
그전까지는 보기 더블 보기~ 이랬는데 그녀의 침울한 모습에 나도 덩달아 가라앉아서 오히려 연속 파 행진을 몇 홀을 했다.
더욱 미안해서 그늘집에 들러
"먹고싶은거 다 시커" 라고 했더니 알아들었는지 씨익~ 하고 미소를 짓는다.
그녀의 미소가 고마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파아란 하늘색은 골프장의 초록 잔디와 너무 잘 어울린다.

실지로 보면 심장이 멎는다.

마지막 홀까지 무사히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오는 길에 이렇게 글을 쓰고는 1000바트를 손에 쥐여 줬다.
"I'm really sorry. "

그녀가 웃는다.
두손을 합장하며 "코쿤카압 ~~."
그래 웃어줘서 나도 고마워~~
오늘 정말 미안해~~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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