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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산책

산풍경 2025. 6. 19. 21:55

예전에는 자주 다녔던 밤 산책.
오랫만에 길을 나서면서 항상 가는 천변쪽에서 한옥마을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와인을 공부하러 일주일에 한번씩 거의 일년을 걸어다녔다. 왜?
와인공부엔 와인 테이스팅이 필수인데 차량으로 왔다갔다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부푼 마음을 안고 발걸음도 가볍게 수업을 받으러 1시간이상을 걸어가서는 와인 서너잔에 얼굴이 벌게져서 다시 집으로 걸어 돌아가다가 결국엔 택시를 타곤 했다.
잠시 말이 옆으로 새었는데 아무튼 노을지는 저녁시간에 한옥마을을 통과하는 여정은 즐거움이었다.
그 때의 감성이 문뜩 그리웠나보다.

전주천 저쪽으로 남천교가 보인다.
천변길을 따라 저녁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리고 지금은 유명해진 진미집

콩국수와 소바가 너무 싸서 서민들이 점심 한끼 먹기에 너무 좋았던 노포 맛집.
2000년대 초반에는 슬레트지붕에 식당 안에 들어가면 허름한 의자와 테이블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지만, 콩국수 맛은 일품이었다.

어스름한 저녁속의 진미집을 아스라한 추억과 함께 지나치고 그 옆에 한잔하고 싶은 BAR에 저녁장사 준비하는 바텐더가 부지런하다.


남천교쪽으로 향하는 길에는 저녁데이트를 즐기는 남녀들도 이쁘게 풍경속에 녹아든다.

옛 감성이 뭍어나는 골목길

어스름한 밤에 보는 남천교 풍경은 언제봐도 좋다

이제 본격적으로 왼쪽으로 돌아 한옥마을에 들어간다.
어랏?
사람들이 좀 많다.
관광객들중엔 절반이 외국인이다.
한복입은 노랑 머리의 여성은 유투버인가보다.
스마트폰 무빙이 남다르다.

한참 동안 영상을 찍다가 이젠 밤 한옥마을속에 동화된다.

낮에는 크게 와닿지 않는 오목정

밤에 조명속의 오목정은 정겹다.
한참을 바라보며 그냥 서 있는다.
특별한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저 느긋한 풍경을 느껴보고 싶을 뿐이다.

한옥마을의 야경에 성당과 풍남문이 빠질수 없다. 어찌보면 전주 야경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Good Shot이다.

서울 명동성당과 거의 똑같은 구조의 전동성당.

늘 공사중이었는데~~
이렇게 산뜻한 모습을 한 전동성당은 참으로 오랫만이다.
지금은 얼굴도 흐릿해저버린
오래전 사귀었던 그 친구가 생각나는 밤이다.

이렇게 온전히 풍남문을 볼 수 있다니~

오래전에는 전동성당쪽에서 풍남문을 이렇게 볼 수가 없었다.
풍남문 앞에 지금은 기억도 희미한데 4~5층짜리 낡은 건물이 있었다.
풍남문의 반절이상을 가려서 건널목을 건너서 좀 걸어야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길 건너쪽에서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반갑고 좋다.

길 건너편에서 본 전동성당.

정면에서 보면 호남제일문.
그치만 뒤로 돌아가면 풍남문~~

아무것도 정해진게 없었던 20대~~
앞이 뿌연 안개속이어서
내가 뭐가 될 수 있을까?
난 취직을 할 수 있을까?
여자친구는 사귈 수 있을까?
밥벌이는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이런것들을 천원짜리 막걸리 한 주전자 속에 담아 놨었는데~~
그리고는 경기전 은행나무 밑 벤취에 누워
숙취에 시달리다가 풍남문 너머 남부시장까지 걸어가 단돈 몇백원짜리 수제비와 칼국수 사 먹던 시대가 떠오르는 밤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암울했던 시절이 아니고 찬란했던 젊음이었다.

한옥마을의 야경속에서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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