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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알쓸신골

제주 골프 유감

산풍경 2025. 6. 21. 09:24

해마다 제주도에 온다.
이번엔 10일 정도 머무를 생각이다.
장마의 시작을 제주도에서 하다니~
이 계절에 제주도는 처음이다.
그래서 그런지 6월의 제주 골프에 기대가 만땅이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건가?
볼카노 골프 앤 리조트

들어가는 길에 안개가 자욱하다

예전엔 이름이 제주 레이크힐스였다고 하던데.
지금은 볼카노 골프장이다.
제주도 골프장 중에서 각 골프 코스가 아름답기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소문이 있는 골프장이다.
그런데 11시 현재 평화로에 안개가 자욱하다.
골프백을 내리면서 물어보았다.
"오늘 골프 칠 수 있나요?"
"취소티가 하나도 없어요."

그래~~
비 안 오는 게 어디야?
동반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첫 티샷장소로 향한다.
그런데 시야가 앞 100미터도 안 보인다.
가득한 안갯속에 캐디가 화살표지판을 티샷 하는 자리에 놔두고 그쪽 방향으로 치란다.

전방 100미터도 안보인다.

헛웃음이 나온다.
아니 그래도 유도등, 멋진 말로 Guide Light이라도 설치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캐디는 단칼에 소용없단다.
그냥 자기 믿고 화살표 방향으로 치란다.
21세기 최첨단을 사는 우리나라에서 화살표 방향으로 치라니~~
2번 홀. 3번 홀,  홀이 계속되어도 안개는
거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심해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똑바로 공을 치라니~~
애시당초 골프공은 절대로 똑바로 가지 않는다.
본인의 구질에 따라 각 골프 코스별로 쳐야 하는 aiming point가 있는 법인데~~
그냥 똑바로 치란다.

골프 핸디가 10개 정도인 내가 9홀 만에 공을 5개 잃어버렸다.
일단 페어웨이로 공이 가지 않으면 공을 찾기 힘들다. 말뚝이 있는 경계선을 조금만 넘으면 공을 찾을 수가 없다
가져온 공이 이제 몇 개 안 남았다.
lost ball을 안 만들겠다는 스트레스가 점점 심해지니 불안감에 볼은 그린 위에 잘 올라가지 않는다.
안개비 때문에 그린의 속도를 가늠할 수 조차 없다. 잘해야 보기~~

이견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볼카노 골프장이 오직 영업에만 혈안이 되어있다는 생각뿐이다. 명색이 제주도 명문 골프장이라는 곳이라면 적어도 프런트에서 손님들에게 의견을 물어봤어야 한다.
오늘 18홀 내내 안개 때문에 전방 시계가 안 좋으니 안치실분들은 그래도 된다고 해야 한다.
고객들에게 치고 안치고의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비가 안 오니까 취소가 안된다고 무조건 나가서 치라고 하는 건 너무 안하무인이고 고객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전반 9홀을 우여곡절 끝에 마쳤는데 대기가 좀 있단다. 30분을 기다리란다

전반 끝내고 쉬는 시간에 차에 갔다 오다가 찍은 사진이다.
10미터 앞에 서 있는 상징물 마저 흐릿한 상황이다.
30분을 대기하고 얼마를 더 하염없이 기다린다.
앞팀이 홀 아웃하고 들어가야 한다나 뭐래나.

후반에는 설상가상 비까지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계제로다.

사람이 흐릿하다.

이 홀부터 난 포기를 했다.
더 이상 골프를 친다는 건 무의미하다.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공을 날리다니~~
그것도 비가 내리는 와중에~
캐디는 어처구니가 없다.
공이 페어웨이에 보이질 않으면
공을 찾아줄 생각이 아예 없다.
공도 제대로 못 치는 초보 대접이다.
왜 그렇게 치냐는 듯.

안갯속 100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시야 속에서
홀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볼을 치는 스트레스가 상상 이상이다.
그렇게 경치가 멋지다며~~
캐디 왈
"이 홀은 티샷에서  내리막으로 보시면 서귀포 앞바다가 보이는데~~ "
어쩌라고~~
내가 볼 수 있는 건 바로 앞의 희미꾸래한 안개뿐인데~
단 한 홀도 그린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경치 구경은 언감생심일 뿐이다.

그럼에도 매 홀 대기 중이다.
앞이 안 보이니 앞팀이 완전히 홀아웃을 해야 티샷이 가능한 것이다.

안갯속에서 대한국인들의 골프 의지가 대단하다.
이제는 슬슬 춥고 지루해진다.

난 이렇게 스크린골프보다 못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골프는 더 이상 치고 싶지 않았다.

무릇 골프장을 찾는 것은 골프를 치는 행위가 주가 되겠지만,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골프장 코스에서 걸으며, 힐링을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과감히 포기했다.
14홀에 접고 골프백을 빼겠다고 했는데
난 17홀째에 나올 수 있었다.
캐디에게 몇 번을 이야기했는데
신입캐디가 카트 가지고 오다가 길을 잃어버렸으니 올 때까지 기다리란다.
참으로 무책임하다.
결국 덩치 큰 경기과 직원이 왔다.
연신 미안하다고는 하는데 진심이 와닿지는 않다.

내가 지난 10여 년간 제주도에서 만난 최악의 골프장이었다.
적어도 안개가 자욱하면 그래서 고객이 골프 치기가 좀 불편할 것 같다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객이 치기로 선택한다면 이런 불평은 없을 거다.
비 안 오니까 취소가 안된다고 일단 치시라고 하는 건 좀 그렇다.

캐디도 그렇다.
네 명을 상대하는 게 힘들겠지만,
불성실하게 보이는 태도는 좀 그렇다.
고객이 볼을 잃어버리면 다가와서 적어도 공 찾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했다.
혹시 고객이 코스 설명을 못 들었다면 웃으면서 다시 설명해 주면 참 좋을 텐데~
날씨가 그래서 그랬다면 더욱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고객들 신경 쓰는 게 명문 골프장의 캐디인 것이다.

제주도의 골프가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꾸 해외로 빠져나가는 골퍼들을 탓할게 아니라 고객들에게 신경 써 주는 골프장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 주면 좋지 않을까?

그냥 지가 못 치고 투정 부리는 넋두리~~

다른 구장에서는 어떠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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